‘현대판 고려장(?)’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없어 시설로 옮겨 서울의 한 노인요양병원. 이 병원의 병상가동률은 70%가 채 안 된다. 130여명이 조금 넘는 환자가 내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 5개과를 중심으로 각종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환자 1인당 월평균 의료비는 40만~50만원에 불과하지만 간병비가 70만원 수준에 육박한다”며 “의료비보다 간병비용이 더 비싼 상황에서 병원을 떠나 간병비를 지원하는 요양시설로 옮겨가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히 노인성치매 환자 등을 요양시설에 입소시키는 것에 대해 ‘현대판 고려장’을 보내는 것 같아 처음에는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많았지만 최근 경기불황으로 살림살이가 힘들어지자 요양시설을 부쩍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요양병원 관계자는 “요양병원의 간병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설이 좋지 않지만 환자들이 요양시설로 옮기길 희망하고 있다”며 “전에는 15% 정도였는데 최근 실물경기 침체로 약 25%가 요양시설로 옮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에 대해서도 간병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이후 노인 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 현황을 보면 2만2000명이 입원해 본인부담금으로 총 285억원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130만원을 지출한 셈이다.
당초 보건복지가족부는 요양보험제도 도입과 함께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에 대해서도 간병비를 지원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보험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오는 2009년 이후로 연기했다. 또 요양병원에 입원한 장기요양 수급자에 대해 간병비를 지급할 경우 요양시설과 요양병원간 본인부담 차이가 없어져 요양시설 공동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인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요양병원에 입원한 등급판정자에 대해서도 간병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요양시설 입소자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장기요양보험료를 낸 환자와 가족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2008년 보건복지가족부 조사 결과 전체 장기요양보험 신청자 중 9%인 1만8000여명만 요양병원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병비 등에 부담을 느낀 환자들이 별도의 간병비가 필요치 않은 요양시설을 찾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지난달 25일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들에게 국가가 간병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의원은 “지난해 장기요양보험 시행으로 요양병원 간병비를 지급할 수 있는 조항이 만들어졌음에도 1년이 다 돼가도록 간병비와 관련된 시행령이 만들어지지 않아 지급되지 않고 있다”며 “복지부에서는 요양병원 과잉 공급 추세를 우려해서 간병비 지급을 유보한다는 입장이지만 요양병원 공급과 간병비 지급은 별개의 사안”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최근의 경기 침체와 맞물려 중증질환으로 거둥이 불편한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방치되는 ‘현대판 고려장’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간병비 등의 지원은 노인 환자를 부담하는 가구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자 동시에 노령화 사회를 준비하는 대책”이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복지부는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요양병원에 간병비를 지급하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의 기능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간병비 지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특히 “요양병원이 공급 과잉이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사이에 과열 경쟁이 일어나는 점도 간병비 지원을 유보한 이유”라고 밝혔다.<경향닷컴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