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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대소변 치우며 밤샘 간병 ‘시간당 2700원’

  • amargi
  • 2008-12-15
  • 조회수 9003
[한겨레] [민생뉴딜] 서민경제 살리기 긴급제안

③사회 서비스로 고용 늘리자
 

경제난이 이어지면서 일자리 창출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특히 보건·보육 등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늘리기를 주문한다. 사회안전망도 강화하고 고용도 창출하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어라고 밤낮 일해도 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는 일자리는 또다른 굴레다.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늘리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 한겨레 > 는 정부가 운영 또는 지원하거나, 아예 공공의 영역 밖에 있는 대표적인 사회서비스 일자리 셋을 동행르포 형식으로 취재했다. 최대 24시간 곁에서 들여다본 이들 일자리의 현실은 부지런한 가난뱅이의 그것이며, 우리 사회에 새로운 일자리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1 간병사의 하룻밤 체험 해보니
 
최저임금 미만에 4대보험조차 안돼
 
탁탁 탁탁탁 ….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누워 있던 아아무개(80)씨가 손에 든 부채로 침대에 붙은 난간을 두드린다. 얼른 침대 옆으로 가 얼굴을 보니 어딘가 불편한 듯 잔득 찡그린 표정이다. 이씨를 돌본 지 반나절이 지났는데도 무엇 때문인지 짐작할 수가 없다.
 
"커튼을 걷어드릴까요? 아니면 부채를 부쳐드려요?"
이것저것 물어보지만 목에 꽂힌 인공호흡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는 그는 얼굴을 더욱 찡그리며 다시 난간을 두드릴 뿐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간병사 양아무개(53)씨가 다가왔다. 이것저것 살펴보던 양씨는 "대변을 보셨네요"라며 이씨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냈다. 과연 엉덩이 밑에 깔아놨던 위생패드에 변이 묻어 있었다. 양씨와 함께 스스로 앉을 힘이 없는 이씨의 몸을 들었다 놨다 하며 변이 묻은 위생패드를 깨끗한 것으로 갈고 환자복 바지도 새 것으로 갈아입혔다.
 
신장병과 당뇨를 앓고 있는 이씨는 이 병원에 14달째 입원 중이다. 손발을 조금씩은 움직이나 몸을 뒤척일 정도의 힘은 없어 모든 일을 간병사에게 의지해야 한다. 위장과 직접 연결된 관을 통해 하루에 5번씩 미음과 약을 먹이는 일, 2시간마다 한번씩 가래를 제거해주는 일, 틈틈이 자세를 바꿔주고 대소변을 치우는 일 등이다. 이씨는 거의 5~10분 간격으로 난간을 두드리며 침대를 올려라, 침대를 내려라, 등을 긁어 달라, 부채를 부쳐 달라 등의 요구를 한다. 손짓과 눈빛만으로는 무슨 요구인지 알 수 없어 매번 쩔쩔매는 기자와 달리, 양씨는 척하면 착으로 이씨의 요구를 알아듣는다. 일주일 내내 옆에 붙어 이씨를 돌보고 있을 뿐 아니라 간병사 경력이 12년이나 되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씨처럼 성격이 예민하신 분은 간병하기 참 어려워요. 처음엔 스스로 간병하려 했던 가족들도 결국 24시간 붙어서 돌봐주는 전문가인 우리들에게 맡겼다니까요."
 
저녁이 되자 밤에만 이씨를 돌보는 간병사 유아무개(42)씨가 왔다. 이씨가 밤에도 잠을 통 이루지 못하기에 밤 시간에는 유씨와 양씨 두 간병사가 번갈아가며 돌보는데, 이날은 기자가 양씨 대신 유씨와 한 조를 이루기로 했다. 밤 10시께 이씨는 편히 잠드는 듯 했다. 그러나 자정이 지나 한번 잠에서 깨어나자 다시 쉽게 잠들지 못했다. 병실 바닥에 놓은 보조 침대에 엉덩이를 붙이기가 무섭게 어김없이 탁탁 탁탁 찾는 소리가 들린다. 좀더 편한 자세를 잡도록 침대를 옮기거나 튼 입술에 약을 바르고 소변을 보도록 돕는 일 등 밤이 깊어도 일은 끝날 줄 몰랐다. 아무리 눈이 감겨와도 환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신경쓰느라 통 잠들 수가 없었다.
 
전쟁 같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다시 온 양씨와, 유씨는 서둘러 이씨의 몸을 씻기고 머리를 감겼다. 침대보와 환자복도 갈았다. 이날은 이씨가 신장 투석을 받기 위해 투석실로 가는 날이므로 미리 가래도 제거해 놓고 아침끼니·약 등도 챙겼다. 유씨는 "아침 7시부터 8시 사이는 간병사들이 가장 바쁜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침대가 투석실로 가는 걸 보고서야 잠깐이나마 쉴 틈을 낼 수 있었다.
 
양씨는 "그래도 오늘은 토요일"이라며 "주급도 받고 퇴근도 할 수 있어 일주일 가운데 제일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대개 일주일 단위로 일을 하는 간병사들은 보통 일요일 오후 병원으로 출근했다가 그 다음주 토요일 오후에나 퇴근을 한다. 집에서 병원으로 출퇴근하는 게 아니라 병원에서 살다가 집에 잠시 다녀오는 셈이다.
 
간병료는 거동이 어려운 중환자는 하루 6만5천원, 그렇지 않은 환자는 하루 5만5천원으로 보통 퇴근하는 날 받는다. 24시간으로 나눠 시간급을 따져보면 최저임금(3770원)에도 못미치는 2700원 정도다. 더구나 간병사는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해 각종 수당은커녕 4대 보험 적용도 안 된다. 병원에서 지정한 인력 알선업체들이 간병사와 환자를 연결해 주고 알선 수수료를 받으면, 간병사들이 환자 또는 보호자들과 상의해 알아서 일하는 방식이다.
 
"나이가 많은데 배운 것은 없어 간병사 일을 계속한다"는 양씨는 "비록 노동조건은 열악하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고정적으로 돈이 들어와서 좋다"고 말했다. 특히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대학생 딸의 등록금을 대야 하는 그로서는 절실하다. 양씨는 "병원에 간병사 없는 병실이 없을 정도인데, 그 많은 간병사들이 소속된 곳도 없이 일한다는 게 웃기긴 하죠"라며 일주일치 옷가지를 가방에 집어넣으며 퇴근을 준비했다.
 
간병사 무료 알선단체인 희망터의 최경숙 소장은 "병원 간병은 환자가 병원에 있으면 당연히 수요가 발생하는 보편적인 사회 서비스"라며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를 병원과 인력 알선업체 등 민간에만 맡겨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병을 공적인 의료 서비스의 한 영역으로 활성화시켜야 간병사 일자리 창출, 간병사 노동권 보장, 간병 서비스질 향상 등 세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글·사진/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2 요양서비스 현장 가보니
 
노인에 딸노릇 보람 있지만…일자리 찾기 힘들어
월급 60만~70만원 고작…"임금 현실화 개선책을"

 
12일 아침 9시께 서울 구로구 고척2동 주택가. 김경란(41)씨가 1m 높이의 문을 밀고 들어서자, 정환옥(76) 할머니가 반갑게 맞았다. 할머니의 손을 붙들고 인사를 나눈 김씨는 곧바로 벽 한가운데 붙어 있는 카드에 휴대전화를 댔다. 그의 휴대전화로 요양서비스 개시시간 12일 9시00분00초라고 적힌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지난 9월부터 정부가 노인들을 위한 요양서비스 사업에 전자 바우처 제도를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김씨는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이건 꼭 족쇄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잠시 쓴웃음을 지었다.
 
겨울이면 늘 두툼한 담요가 깔려 있는 할머니의 단칸방은 요양보호사 2급 자격증을 가진 김씨가 수요일과 토요일 오전마다 찾는 일터다. 김씨가 이곳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의 오른쪽 발목에 저주파 자극기를 대는 것이다. "물리치료에 쓰이는 기계인데, 노인분들이 워낙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 항상 갖고 다닌다"는 설명이 따라온다. 할머니가 아픈 다리를 기계에 맡긴 사이, 김씨는 서둘러 설거지와 청소를 시작했다. 방을 두번 걸레로 훔치고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있는데, 할머니가 "화장실에 물도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곧바로 화장실로 간 김씨는 수도 상태를 확인해 이를 수리하고, 요강마저 깨끗이 비웠다.
 
"미나리전이 먹고 싶네." 할머니의 이어지는 주문에, 김씨는 다시 장보러 나설 채비를 했다. 할머니에겐 "김씨가 찾아오는 수요일과 토요일이 배부른 날"이기 때문이다. 기초생활 수급자로 월 35만원씩 생계지원비를 받는 할머니는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한 장을 김씨에게 건넸고, 김씨는 걸어서 10분 거리인 시장에 나가 미나리와 식용유, 두부와 청국장을 사와 음식을 만들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홀로 외롭게 사는 할머니에게 정씨는 "든든한 딸내미이자 친절한 의사 선생님"이었다.
 
김씨는 "특별한 기술도 없는 제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며 살 수 있다는 게 굉장한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형편만 괜찮으면 이게 참 좋은 일인데 …"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김씨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3시간의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오후 5시30분까지 자활지원센터에서 일을 맡아 보면서 버는 돈은 한달에 68만원 정도





의견수 : 1개

최정심 08.12.23

에구~~ 가슴이 아려오네요~ㅠㅠ;;
저도 공감이 가는 같은 처지거든요.
부지런한 거지란 말이 맞는것 같아요.ㅠㅠ
열심히 다람쥐 처럼 뛰여봤자 손에 쥐여지는건 고작~~흑~흑~~
언제쯤이면 이분들이 정당한 댓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댓가를 가져갈 수 있는 그런 사회가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우리모두 힘내서 화이팅 하자구요.
아자~~아자~~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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