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요양병상 확충을 위해 2002년부터 진행해오던 지원사업을 내년부터 조기 중단키로 했다.
이 사업은 당초 2009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요양병상 얼마나 많길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5년 현재 우리나라의 총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7.9병상으로 2000년의 6.1병상에 비해 1.8병상 증가했다.
OECD 평균(5.6병상)보다 많다.
200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병상이 많은 나라는 △일본(14.1병상) △체코(8.5병상) △독일(8.5병상) 정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말 기준으로 요양병원의 병상 수는 4만2617병상으로 수요(4만619병상)를 1998병상 정도 초과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병상 수 증가율이 매년 평균 66.9%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다는 것.
이 때문에 지난해 말 4만2167개였던 요양병상 수는 5개월 만에 5만3382개로 무려 1만1215개 늘었다.
복지부가 정한 적정 병상 수(4만619개)보다 1만3213개 과잉인 셈이다.
◆왜 공급 과잉 사태인가
한때 부족 사태로 정부가 지원까지 했던 요양병상이 남아돌게 된 것은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노리고 요양병원 신축과 일반병원 중에서 요양병원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시행되면 노인들이 비용의 20%만 내면 치료가 가능해져 내년에만 전체 노인의 3.1%가량인 5만8000명이 보험 적용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6월까지 163개 요양병원이 새로 생겼고 2000년 이후 일반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전환한 의료기관은 6529개나 된다.
김덕중 복지부 의료자원팀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 특수를 보고 민간에서 요양병원을 너무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어 공급 초과 현상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정부의 뒤늦은 대처
그러나 정부의 정책적 실책도 공급 과잉의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부족한 요양병상을 확충하기 위해 2002년부터 장기 저리(연 4.58%,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로 △요양병원으로 전환하는 일반병원에는 병상당 1000만원 △신축 병원엔 병상당 2000만원을 융자해왔는데 이미 공급 과잉 현상이 뚜렷해진 지난해 말 이후에도 지원을 계속하고 있는 것.
김 팀장은 "정부 지원은 많이 남아 도는 일반병원의 급성기 병상을 요양병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도입했던 것"이라며 "어쨌거나 요양병상이 남아돌기 때문에 병원 개설 허가권을 갖고 있는 전국 시도에 요양병원 증설을 가급적 자제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내년부터는 요양병상 확충 융자사업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재정 전문가들은 "시장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올해까지 계속해서 관련 예산을 편성해 집행한 것은 명백한 정책상 오류"라고 말했다.
○요양병상=장기 요양이 필요한 입원 환자들이 사용하는 병상으로 일반 급성기 환자들이 이용하는 일반병상과 구분된다. 일반병상은 오래 전부터 공급 과잉이어서 이를 공급이 부족한 요양병상으로 전환하는 사업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왔다. 요양환자 3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면 요양병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