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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 경제레터] 노인 일자리와 정년 연장

  • amargi
  • 2008-05-03
  • 조회수 6542
[권대우 경제레터] 노인 일자리와 정년 연장
 
기사입력 2008-05-02 13:40 강현직 jigkh@asiaeconomy.co.kr
직업을 가진 노인들은 금전적 이유 못지않게 떳떳한 삶을 살기 위한 욕구 때문에 일을 한다는 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나고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들어가면서 노인의 일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이번 조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사회 활동을 유형별로 보면 조사 대상의 36%가 경로당에서, 23%는 종교 활동에 치중하며 자원봉사형이 13%이고 직업을 가진 노인은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직업을 가진 노인도 편견과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일을 하는데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청년 실업이 넘쳐나고 ‘사오정’과 ‘오륙도’와 같은 조어가 사라지지 않았는데 무슨 이야기냐 하겠지만 이미 우리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많은 노인 문제들이 사회 문제화 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황혼범죄’가 크게 늘고 점차 흉포화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전국 범죄 발생건수는 16.7% 줄었으나 노인 범죄는 45% 늘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이 민생형 범죄이지만 최근에는 살인, 강도, 방화 등 강력 사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토지 보상이 적은데 불만을 품고 서울 숭례문을 송두리 채 태운 70대 노인의 방화나 욕정을 못 참은 70대 어부의 연쇄 살인 사건 등은 황혼 범죄의 심각성을 말해줍니다.
 
요즘 노인들은 과거에 비해 육체적으로는 건강해져 옛날 50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일자리가 없이 지내다 보니 정신적이나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더 피폐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경로사상도 희박해져 사회적 예우 분위기도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자식과 떨어져 혼자 사는 세대가 많은 것도 고령화 사회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우리 사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실시해 기업 정년을 65세로 의무화했습니다. 또 정년 후 재고용을 장기화하여 생산 활동 연령을 70세까지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일본에는 그들만의 사정이 있습니다. 일본 산업 현장의 중추인 소위 ‘단카이세대’가 본격적으로 산업 현장을 떠나는 때가 된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베이비붐 1세대인 1947~1949년생들이 퇴직하면서 숙련된 노동인력의 현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일본 시스템은 단카이세대의 경험과 노하우가 주축이 돼서 운영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부에서는 기업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본 기업에서는 이를 ‘2007년 문제’라고 함축하여 표현하기도 합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05년 종업원 30명이상인 1만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2007년 문제’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기업이 22.4%에 이르며 제조업은 30%를 넘었다고 합니다. 일본은 그때부터 정년을 연장하고 정년 후 재고용을 추진하는 등 준비 해왔습니다. 도요타자동차 계열의 부품생산 업체로 세계 10개국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아이신정기는 태국?인도네시아 등의 해외공장 기술자 교육에 정년이 넘은 숙련 기술자를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 공장의 미숙련 기술자에게도 노인 근로자들이 노하우를 전수, 부품 생산의 경쟁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저출산 구조에 의한 노동력 부족을 정년 연장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미 프랑스는 60세, 독일 65세, 영국 70세로 정년을 연장하였으며 미국은 강제적인 은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또 민간 주도의 노령인구 일자리 창출도 적극적입니다. 유럽연맹 가맹국 가운데 가장 왕성한 노년을 추구하는 네덜란드는 1975년 설립한 노인전문 취업알선기업인 ‘65 플러스’가 전국에 10개 지사를 두고 일자리를 알선하고 있는데 정부는 물론 각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합니다. 벨기에 역시 유럽에서 처음으로 ‘사회서비스 쿠폰제도’를 도입해 시민단체가 노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2016년을 정점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점차 줄어들어 2030년에는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116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기업의 정년은 평균 55세로 여겨지고 있으나 이에도 못 미쳐 현장을 떠나는 실정입니다. 노무현정부 시절 정년을 60세 이상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강제적 방안을 추진하였으나 기업들의 반발로 무산되었습니다. 당장 발등의 불은 아니지만 노동력 부족 현상은 곧 도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민족에 배타적인 우리 사회로서는 지금부터 차분하게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고령자를 고용하는 것은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기업에는 숙련된 현장 지식의 전수가 가능하고 가정에서는 자식 등 젊은 세대의 부양부담이 줄어들며 국가적으로는 조세 수입이 늘고 의료보험과 연급보험의 재정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또 소비도 늘어 경기 활성화의 한 몫을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주 국정과제 보고회에서 경로당 강사, 문화재 지킴이 등 ‘사회참여형 일자리’는 지난해 수준인 11만7000개로 유지하고 민간 영역의 ‘시장참여형 일자리’를 2만개 더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참여형 일자리는 기업이나 민간단체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리입니다. 노인들은 ‘돈보다 자긍심이 더 중요하다’고 누누이 말하지만 기실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유는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최근 노인 취업박람회에 수만 명이 몰려든 것은 이를 설명하고도 남습니다.
 
어느덧 5월입니다. 흔히 5월을 보은의 달,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노년층에 활기를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그들의 지난날 영광을 새기는 주말이 되었으면 합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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