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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 美 알파노인 전성시대

  • amargism
  • 2007-09-11
  • 조회수 3729

2007년 9월 10일 (월) 18:55   경향신문

“나이는 숫자…” 美 알파노인 전성시대




미국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과 최고의 TV 인터뷰어인 바버라 월터스,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 미디어제왕 루퍼트 머독,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의 공통점은 뭘까. 정답은 모두 벌써 ‘한물 갔어야 할 노인’들이라는 점이다.
 
버핏은 77세, 월터스는 몇 주 있으면 78세가 되며, 머독(76)과 매케인(71), 킹(73)은 모두 고희(古稀)를 훌쩍 넘겼지만 어떤 젊은이보다 역동적인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노인이되, 노인답지 않은 기묘한 ‘알파 노인(Alpha Geezer)’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 ‘늙은이(senior)’라는 말이 어느새 ‘성인(grown-up)’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다면서 ‘늙어감’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알파 노인’의 탄생이라는 사회학적 혁명은 물론 현대 의학에 빚진 바가 적지 않다. 지난해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 가운데 신체적 비활동성 인구가 매년 2%씩 줄어들고 있다. 국제장수센터(ILC) 미국 의장인 로버트 버틀러는 “갈수로 나이 많은 사람들이 경쟁에서 남아 있기 좋도록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면서 “나이 먹음의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올해 80세인 그는 아직도 하루 6시간을 일하면서 베스트셀러를 집필하고 있다.
 
변화는 노인들의 성생활에서도 일고 있다. 신문은 65~74세 노인의 53%가, 75~85세 노인의 26%가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시카고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과거 동성연애자들에게 빌 클린턴 대통령이 적용했던 ‘묻지도, 답하지도 마라’ 정책이 이제 노인들의 성생활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노익장이라고 하기가 머쓱해질 정도로 활동하는 알파 노인들의 명단은 끝이 없다. 할리우드 최고의 사나이,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버핏보다 몇 달 전에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미식축구팀의 현역 감독 조 패터노는 80세다. 방송인 폴 하비는 90세 나이에 지금도 하루 3번 방송을 하면서 2200만명의 청취자를 갖고 있다. 정계에서는 지난주 대선출마선언을 한 프레드 톰슨(65·공화)과 크리스토퍼 도드(63) 등 이순(耳順)을 넘긴 ‘젊은이’들이 눈에 띈다. 도드는 아기 아빠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경제활동 인구에 포함되지 않는 ‘7080 알파 노인’들의 수입은 국내총생산(GDP)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생활 능력을 잃고 쓸쓸한 노년을 보내는 인구는 적지 않다. 평범한 노인 수백만명이 사회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은 자원봉사자뿐이다. ‘알파 노인’들의 탄생은 세대별로도 예기치 않은 파급효과를 낳는다. 40~55세 사이의 장년층 중에서 ‘정지된 사춘기’를 보내는 인구가 늘고 있으며, 부모에 얹혀 사는 20대도 늘어나고 있다.
 
결국 노인들 사이에서도, 연령별로도 새로운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김진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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