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아내와 사별한 김모(2015년 83세로 사망)씨는 2001년 취미로 다니던 기(氣) 수련 모임에서 전모(여·71)씨를 알게 됐다. 전씨도 1993년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지내고 있었다. 모임에서 자주 만난 두 사람은 2010년 함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딸 만큼 가깝게 지냈다.

그러다 김씨가 말기 신부전 등 지병으로 2012년 3월부터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자녀가 없는 김씨의 병수발을 전씨가 맡았다. 김씨는 혼자 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또 기억력과 판단력이 크게 떨어져 가끔 전씨를 '엄마'라고 부르기도 했다. 결국 2012년 4월 김씨는 사람이나 시간 등을 구분 못 하는 정도의 치매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김씨가 2012년 10월 갑자기 전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박모씨 등 2명이 혼인신고서 증인으로 나섰다. 지난해 김씨가 사망하자 전씨는 김씨가 남긴 50억원가량의 부동산을 상속받아 자신의 명의로 바꿨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김씨의 조카 김모(52)씨는 지난해 "전씨가 혼인신고서상 김씨 명의를 위조했다"며 전씨를 고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증인 박씨는 "김씨가 평소 '전씨와 결혼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고, 김씨에게 혼인 의사를 확인하려 했지만 전씨가 이를 막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전씨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형사소송에서 졌지만 조카는 다시 서울가정법원에 '김씨와 전씨 혼인이 무효라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올해 9월 승소했다. 재판부는 "혼인신고 당시 김씨가 혼인에 대해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서울북부지법에 상속권이 자신을 비롯한 유족들에게 있다는 내용의 상속 회복 청구 소송도 냈다. 북부지법은 23일 "전씨는 재산을 상속받을 법적 지위가 없다"며 조카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씨의 재산은 7명의 조카 등이 나눠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