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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2억8000만원 이하로 줄면 英정부가 요양시설비 부담 나눠

  • 민영수
  • 2014-12-22
  • 조회수 285

[영국 기자가 본 '외할머니의 마지막 10년']

- 요양비로 재산 다 쓰지만…
국가가 엄격히 시설 관리, 질 좋은 곳서 여생 보내




 
 


딸 한나가 세 살 때 영국에 데려갔다. 외할머니에게 증손녀를 보여 드리기 위해서였다.

어릴 때 나는 부모님보다 외할머니와 더 친했다. 하지만 1998년 서울에 온 뒤론 좀처럼 찾아뵙지 못했다. 내가 떠난 뒤 할머니는 알츠하이머 환자가 됐다. 부모님도 영국 본토가 아닌 해외에 살고 있어 할머니를 직접 돌보지 못했다. 두 분은 할머니를 요양시설에 모셨다.

할머니가 계신 시설은 런던 남쪽 교외에 있었다. 담당자는 친절하고 실내는 말쑥했다. 업무가 매끄럽게 돌아갔다.

할머니 방에 올라갔다. 의료기기 사이에 낯익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오래된 액자, 은제 머리빗…. 손때 묻은 할머니 물건이었다.

할머니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증손녀 주려고 초콜릿을 준비하고 계셨다. 할머니가 몇 마디를 계속 웅얼거렸다. 한참 만에 알아들었다. 할머니는 한나에게 말씀하고 계셨다. "아이, 예뻐."

우리는 한 시간쯤 머무르다 나왔다. 해가 지는 도로로 차를 몰다 목이 멨다. 이게 마지막 만남이라고 느꼈다. 예감이 맞았다. 할머니는 얼마 후 돌아가셨다.

영국이 다른 나라보다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마지막 10년에 접어든 국민들을 돌보는 것이다. 질 좋은 요양시설이 많다. 정부가 엄격하게 감독한다. 국민 대부분 연금이 있다. 대다수 영국인이 집 한 채는 가지고 있다. 그걸 주택연금으로 바꿔서 노후를 해결한다.

우리 부모님도 그런 사례다. 두 분 모두 유산을 물려받았고 연금도 있다. 영국 남해안과 프랑스 남부에 작은 집이 한 채씩 있어 양쪽을 오간다. 우리 집이 갑부라고 오해하지 마시길. 중산층이다.

부모님은 70대 후반에 접어드셨다. 두 분은 요즘 마지막 10년을 어떻게 보낼지 의논하신다. 가능한 한 오래 지금처럼 살다가, 한쪽이 먼저 떠나면 남은 한쪽이 요양시설에 가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

요양시설 비용은 주당 1000~ 1600파운드(약 174만~279만원)다. 그 돈 때문에 집을 파는 사람이 많다. 노인의 자산이 16만파운드(약 2억7876만원) 아래로 쪼그라들면, 정부가 개입해 개인의 부담을 경감해준다.

많은 영국인에게 지금의 영국 사회는 어릴 적 자란 곳과 다른 곳이다. 3~4대가 한 지붕 아래 사는 집이 사라졌다. 노인을 돌보는 역할이 가족에서 시설로 넘어갔다. 과거엔 가족의 재산이 대대로 상속됐다. 요즘은 요양비용으로 가진 돈을 다 쓰고 가시는 노인이 많다.

이 글을 쓰느라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여태껏 못 여쭤본 질문을 했다. "할머니를 시설에 모실 때 어떠셨어요?" "지금도 죄책감을 느낀단다."

15세가 된 딸은 증조할머니와 만났던 2003년 겨울 오후를 기억하지 못한다. 외할머니가 한나를 보고 돌아가셔서 다행이다. 그래도 마음이 아프다. 할머니의 마지막 10년은 평온했지만, 돌아가실 때 가족 누구도 할머니의 머리맡을 지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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