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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인요양제 장점 알리려다 고발극이 된 취재기

  • 민영수
  • 2016-06-30
  • 조회수 167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마지막 거처>






 

한 노인이 자신의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다. 노인에겐 가족이나 친지가 전혀 없었고 현관에는 신문 사흘치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동네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그리 놀랍지 않은 표정이다. “역시 고독사래” “불쌍하네요” 등 그들 사이 오가는 수다가 이미 일상화돼버린 비극을 말해준다.

 

일본 <엔에이치케이 비에스 프리미엄> 채널 드라마 <마지막 거처>는 독거노인, 무연고노인, 고독사 등 초고령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비추며 시작한다.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세계 최대 노인대국 일본에서는 이런 노인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들이 어느덧 하나의 장르를 형성할 정도다. <마지막 거처>는 그중에서도 일본의 노인요양 서비스 제도인 개호보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아사쿠라 도모코(기리타니 미레이)는 이제 막 사회부에 입성한 신입기자로, 개호보험 관련 기획기사를 준비 중이다. 그녀의 관심은 특히 개호보험제도 내 재택간호 서비스에 있다. 과거, 힘든 병원생활에서 돌아온 할아버지가 “역시 집이 제일 좋다”고 미소 지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는 아사쿠라는 노인들이 정든 집과 지역에서 돌봄케어를 받는 재택간호의 장점을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그 순진한 생각은 현장 취재 과정에서 냉정한 현실과 자꾸만 부딪친다. 설상가상으로 재택간호를 받던 노인들이 잇달아 사망하고, 연쇄살인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그녀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마지막 거처>는 일본 정부가 고령화사회를 앞둔 국가를 겨냥해 수출 성장 동력으로 내세울 만큼 자부심을 지닌 개호보험제도의 문제를 꽤 구체적으로 비판한다.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 돌봄이 제일 시급한 이들을 위해 마련했으나 시설 태부족으로 무한 대기해야 하는 ‘특별양호 노인홈’,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지쳐가는 간병도우미 등 개호 시스템의 구멍이 곳곳에서 지적받는다. 아사쿠라의 취재기가 날카로운 사회고발극이라면, 노인 연쇄살인이라는 스릴러 플롯은 현실의 공포를 가중시키는 효과적 장치다.

 

<마지막 거처>가 그리는 비극은 곧 우리가 당면하게 될 미래이기에 더욱 서늘하게 다가온다. 이미 고령화의 속도는 일본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2060년쯤이면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고령화율 1위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더 큰 문제는 일본보다 훨씬 열악한 노인복지 시스템이다. 노인빈곤율은 50퍼센트에 가깝고 노인 자살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데, 정부는 노인의료비 지출 억제, 노인연령 상향 논의 등 복지 축소에 급급하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극 중 아사쿠라의 말처럼 “노인은 누구나 언젠가 직면하는” 모두의 현실이다. 제도는 언제나 현실보다 늦다. 노인 문제를 노인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 공감대를 통해 제도 마련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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