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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흑자행진속 의료계는 ‘돈맥경화’… 국민만 ‘골병’

  • 민영수
  • 2015-09-25
  • 조회수 185

 















건보 흑자행진속 의료계는 ‘돈맥경화’… 국민만 ‘골병’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
 
















 

4년 누적흑자 12조8000억 달하지만
보장률은 2009년 이후 매년 하락세

10개 국립대병원 적자 14억~269억
의원급 10곳 중 3곳은 부채에 허덕

병·의원선 낮은 건보수가 만회위해
비급여 검사·고가 치료제 처방 일쑤
100명 중 36명 ‘아파도 병원 못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며 감염관리에 취약한 국내 의료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국민 누구나 손쉽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의료 천국’으로 불려 왔지만, 그 이면에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비롯해 응급실 및 입원실 과밀화 등 허점이 많았던 것이다. 허점이 나타나는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재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소위 ‘돈 되는’ 진료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돈 안 되는’ 감염관리 등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시스템이었음에도 외면받아 왔던 것이다. 약품도 마찬가지다. 고혈압, 당뇨 등 환자가 많은 질병 치료제는 ‘돈이 되는 탓’에 적극 개발되지만, 환자 수가 적거나 이익이 나지 않는 의약품은 외면받기 일쑤다. 하지만 의료와 약품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국가 위기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화일보는 3회에 걸쳐 국내 ‘의·약 시스템’의 문제점을 재정적인 측면에서 집중 분석했다.

의·약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누적흑자가 13조 원에 육박하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건강보험 흑자가 나고 있지만, 이에 반해 건강보험으로부터 수가를 받는 의료계는 재투자가 어려울 정도의 경영위기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건의료계에서는 낮은 건강보험 수가를 만회하기 위해 값비싼 검사 등 비급여를 권장하고 고가의 치료제를 처방하고 권유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피해는 국민들만 받는 것이다.

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의 누적흑자는 12조8000억 원에 달한다. 2011년 60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이후, 2012년 3조 원, 2013년 3조6000억 원, 2014년 4조6000억 원 등 매년 흑자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흑자규모가 늘어난다는 것은 정부가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만큼 건강보험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건강보험 보장률(전체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은 2009년 65.0%로 정점을 찍은 뒤 2010년 63.6%, 2011년 63.0%, 2012년 62.5%, 2013년 62.0%로 4년째 하락하고 있다. 매년 건강보험료는 인상되지만 보장성은 떨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건강검진이 확산되면서 의료비 지출이 줄어 흑자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기불황으로 국민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보건행정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국민 100명 중 36명은 아파도 경제적으로 부담돼서 병원에 가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 주장대로 국민들의 의료비가 줄어 흑자가 났다면, 그만큼 의료보장을 확대하거나 보험료를 낮추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의료기관은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비용은 국민건강보험에서 각종 진료, 검사, 재료(약, 주사 등)에 대해 책정한 가격(건강보험수가)에 따라 정해진다.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하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고 해당 수가에 맞춰 건강보험급여가 지급되는 구조다. 건강보험공단이 흑자가 나는 것은 그만큼 의료기관 등에 지급해야 할 건강보험급여를 아꼈다는 의미다.

특히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의료서비스는 물론 약가도 가급적 낮은 가격에 책정하는 탓에, 건강보험수가는 원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저수가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들은 이미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10곳 중 3곳 이상은 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었으며, 개원의들은 평균 4억∼5억 원가량의 빚이 있다. 또한 요양기관의 개업 대비 폐업률을 살펴보면, 지난 3년간 80%대를 유지했고 지난해에는 73%를 기록했다.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7곳이 문을 닫은 것이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국 11개 국립대병원의 2014년도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10개 국립대 병원이 최소 14억 원에서 최대 269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병원은 외형상으로는 경영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인건비 축소 등 구조조정을 통한 장부상 흑자라는 것이 병원협회의 분석이다. 이 같은 악순환 구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는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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