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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깜빡깜빡’…치매인줄 알았는데 우울증?

  • 관리자
  • 2022-05-04
  • 조회수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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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자주 깜빡깜빡하면 치매로 여기기 마련이지만 우울증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A(70)씨는 자주 사소한 것을 깜빡깜빡 잊는다. 휴대폰을 어디에 뒀는지, 현관문 비밀번호가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외출도 거의 하지 않으면서 낮에는 집에서 누워만 있고,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A씨는 치매 초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치매가 아니라 노인 우울증일 수 있다. 노인 우울증을 치매로 착각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기억력 저하 탓이다. 기억력이 떨어지면 치매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울증이어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치매를 의심해 병원을 찾는 노인 환자 10명 가운데 4명이 노인성 우울증이라는 학계 보고도 있다.

 

 

기억력 떨어지면 치매 전조증상?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인 우울증 환자는 40.4%로 10~20대(17.9%)의 2배 이상이었다. 10만명당 진료인원은 60대 2,223명, 70대 3,606명, 80대 3,837명으로 나이 들수록 노인 우울증 환자가 많아졌다.
노인 우울증이라면 기억력 저하, 집중력 저하, 판단력 저하 등 인지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기에 ‘가성치매(pseudodementia)’라고 한다. 가성치매는 우울한 노인의 15% 정도에서 나타난다. 이를 방치하면 치매로 악화할 수도 있다. 가성치매는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률이 80%나 되지만 치매로 착각하면 우울증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미국에서 65세 이상 노인 2,20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정도를 조사하고, 6년 뒤 다시 인지기능 손상 정도를 측정한 결과, 노인성 우울증이 심했던 노인일수록 인지기능 손상 정도도 심해졌다. 인지기능 손상은 치매가 진행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다.
기선완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 우울증은 치매로 혼동되거나 두 증상을 서로 동반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노년기엔 치매 예방을 위해서도 노인성 우울증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치매 치료 시 우울증 치료도 동시에 필요한 이유다. 치매 환자 가운데 우울증을 함께 겪는 비율은 25∼50% 정도다. 기 교수는 “우울증은 기분 장애이기 때문에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치매와 다른 질병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노인 우울증은 치매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노인 우울증과 치매 어떻게 구분하나?
노인 우울증인지 치매인지 알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신경과를 찾아 혈액, 신경인지기능, 우울, 뇌 자기공명영상(MRI)ㆍ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를 하면 된다. 그러나 병원에 가기 전에 우울증인지 치매인지 알고 싶다면 주변 환경이나 증상을 잘 살펴야 한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 우울증 환자는 곧잘 식욕부진과 무기력증을 보인다”며 “6개월에 몸무게가 3~4㎏씩 빠지면서 집 밖에 나가는 시간이 크게 줄고 누워서만 지내거나, 잠자다가 자주 깨거나 꿈을 많이 꾸고, 스스로 치매가 아닐까 걱정도 많이 한다”고 했다.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이 생기면서 급격히 인지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며, 기분 변화에 따라 인지장애 정도도 변동이 심하다. 반면 치매는 인지장애 증상이 서서히 나빠지질 때가 많고, 인지 기능의 기복이 심하지 않고 비교적 일정한 양상을 나타낸다.
우울증은 인지기능 평가에서 ‘모르겠다’고 말하며 쉽게 포기하거나, 적극적으로 검사하려는 의욕을 보이지 않을 때가 많고, 인지장애 증상을 과도하게 염려하며 불안해한다. 반면 치매는 인지기능을 평가할 때 적극적으로 맞춰 보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오답을 제시할 때가 많다.
우울증은 주변 가족들이 판단한 수준보다 자신의 기억력 장애가 훨씬 더 심하다고 호소할 때가 많지만, 치매는 주변 가족들이 판단하는 수준보다 자신의 기억력 장애가 훨씬 가볍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 밖에 우울증은 주관식으로는 기억하기 어려워하지만 객관식으로 보기 중에 고르게 하거나 힌트를 주면 비교적 잘 기억하지만, 치매는 주관식만큼은 아니더라도 객관식으로 보기 중에 고르게 하거나 힌트를 줘도 잘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 우울증 환자에서 인지장애가 두드러진다면 가성치매 가능성과 함께 치매로 악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주의 깊게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노인성 우울증을 치매로 오인해 잘못 치료하면 초기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불안ㆍ초조 등 우울증 증상이 악화하기도 한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 환자에게 쓰이는 대표적인 인지기능개선제인 아세틸콜린분해효소억제제는 식욕저하ㆍ수면장애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우울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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