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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만에 생활적폐로 전락…요양병원에 무슨일이

  • 민영수
  • 2019-03-30
  • 조회수 302

 

[편집자주] 요양병원은 불필요한 장기입원과 허위진료 등이 증가하면서 최근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실손의료보험을 보유한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지원하지 않는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제공하고 입원비를 과다하게 청구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9대 생활적폐’ 중 하나로 요양병원 비리를 지목한 상태다. 머니투데이는 2회에 걸쳐 요양병원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과잉진료를 막아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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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요양병원이 설립 25년 만에 정부가 나서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생활적폐’로 전락했다. 한때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요양병원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진입장벽 낮아 우후죽순…25년 만에 1400개 난립=요양병원은 30명 이상의 수용시설을 갖추고 암 등 중증질환으로 수술한 후 요양이 필요한 환자나 만성질환자, 노인성 질환자 등에 대해 입원치료를 하는 곳이다. 
 
국내에서는 1994년 요양병원 설립에 대한 세부 기준이 마련돼 설립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요양병원이 많지는 않아 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정부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요양 병상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요양병원 개설 지원과 함께 각종 정책 지원을 추진했다. 지원이 확대되자 2006년 361곳에 그치던 요양병원은 2016년 1428개로 늘었다. 2011년(988개) 대비 5년 만에 1.45배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병원은 1375개에서 1514개로 1.1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일반 병원과 요양병원이 수치상 비슷한 수준이 된 것이다. 
 
특히 요양병원은 주요 환자인 노령인구 대비 요양병원 병상 수가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많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 1000명 대비 요양병원 병상 수는 33.5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7.6 가량 많다. 
 
요양병원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하자 정부가 지원 정책을 중단했지만 아직까지 병원은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다. 일반 병원에 비해 설립 기준이 단순해 진입 장벽이 낮고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요양시설보다 환자들이 이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병원은 연평균 1일 입원환자 20명당 의사 1명, 2.5명당 간호사 1명을 둬야 하지만 요양병원은 입원환자 80명까지 의사 2명, 6명당 간호사 1명만 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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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입원 방치, 술술 새는 건강보험=국내 요양병원은 입원환자가 많을수록 병원 수입이 늘어나고 입원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의 본인 부담금이 감소하는 구조다. 환자가 1년에 며칠을 입원하든 소득에 따라 연간 최소 80만원(저소득 1분위)에서 최대 523만원(고소득 10분위)만 병원비를 내면 나머지는 모두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불필요한 장기입원이나 허위 질환으로 인한 사기성 입원이 늘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요양시설은 장기요양등급 1~2등급 환자만 이용할 수 있는데 비해 요양병원은 3~5등급 환자도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가벼운 질환에도 요양서비스를 받기 원하는 환자들이 주로 요양병원으로 몰린다. 일상생활이 가능해 요양병원에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신체기능저하군 환자는 2014년 4만3439명에서 2016년에는 5만8505명으로 34.6% 증가했다. 2016년 기준으로 요양병원 신체기능저하군에 대한 진료비는 총 3491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6.4%에 이른다. 
 
요양병원 입원 기준에 제한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장기입원 방치도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입원자의 35.6%가 180일 이상 입원하고 18%는 361일 이상 입원하는 등 일반 병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장기 입원이 많다. 
 
명순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같은 요양병원이더라도 병원의 규모가 작을수록 입원일수가 길어져 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것이 아닌 생활이나 요양을 위해 머무르는 이른바 ‘사회적 입원’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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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무풍지대’, 보험사기도 기승=요양병원은 비의료인이 의사 등의 명의를 빌려 만드는 사무장병원의 온상으로도 지목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7년 12월까지 적발해 부당이득 환수를 결정한 사무장병원은 1273곳이다. 사무장병원 적발 비율도 요양병원이 8.5%로 가장 높다. 전체 요양병원이 100곳이라면 이 중에 8.5곳이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됐다는 의미다. 병원( 2.2%), 의원(1.0%) 등은 요양병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만큼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고 과잉진료 가능성도 높다. 사무장병원은 높은 진료비, 주사제 사용 비율, 장기 입원일수 등 의료과잉이 일반 의료기관에 비해 약 5.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장의원의 연평균 입원급여 비용은 100만3000원으로 일반 의원(90만1000원)보다 많았고 입원일수도 15.6일로 일반 의원보다 1.8배 길었다. 
 
허가받지 않은 병실을 환자에게 제공하고 요양급여를 타내는 등 보험사기도 기승을 부린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요양병원이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해 건강보험공단에서 부정 수령한 금액은 2017년 기준 8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건강보험공단이 부정 수급을 적발해 환수한 금액이기 때문에 실제 적발되지 않은 피해액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입원이나 치료 횟수를 부풀리는 경우도 많다.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시술인데 입원을 권하거나 입원 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민간 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입원을 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진료비와 보험금을 타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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