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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위기 파행운영 ‘장기요양보험’, 이번엔 바뀔까

  • 민영수
  • 2017-11-29
  • 조회수 195

 


장기요양보험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해묵은 요양병원과 요양보호시설 간의 역할과 기능 역전 및 혼재 문제나 요양서비스 운영문제에 더해 서비스 재정까지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2012년 5593억원이던 흑자는 점차 줄어 지난해 43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도 4000억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문제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고령화와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강화 계획에 따른 장기요양보험 대상자 확대로 재정적 부담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공단 관계자는 “지난 6일 제4차 장기요양위원회 심의ㆍ의결 결과 내년도 장기요양보험요율은 6.12%에서 6.24%로 인상된 건강보험료의 7.38%로 올해 6.55%보다 0.83%p 인상된다”면서도 “장기요양 수가인상률이 11.34%에 달하고 대상자가 늘어 적자폭은 커질 것”이라고 답했다.



만약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재정파탄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이에 “정부의 국고지원 및 보험료율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큰 틀에서의 장기요양보험제도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연내 발표를 목표로 서비스 질 향상 및 보장성 확대, 공공성 강화를 이루면서도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2차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27일 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해 공개한 ‘제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 수립연구’ 결과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이상향”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 “2차 기본계획으로 존엄한 노후 보장을 위한 좋은 돌봄사회 구현”



보건사회연구원 이윤경 연구위원이 발표한 2차 기본계획안은 ‘존엄한 노후 보장을 위한 좋은 돌봄사회’라는 비전 아래 ▶재가중심체계 개편 ▶국민만족서비스 확대 ▶의료-요양-복지 간 연계 강화 ▶재정지속가능성 확보라는 4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5대과제로 채워졌다.



구체적인 5대 추진과제는 ▶보장성 확대 및 이용지원 개편 ▶재가급여 강화 ▶기관 및 인력 공급체계 재정비 ▶재정적 지속가능성 확보 ▶의료-요양-복지 간 연계체계 구축으로 17가지 세부실행계획들을 담고 있다. 



먼저, 지난 6일 발표된 바와 같이 ‘인지지원등급’ 신설을 통해 그간 대상자에서 제외됐던 경증치매환자를 장기요양보험 대상에 포함시키고, 본인부담 경감대상자를 중위소득 50%에서 100%로 확대해 보장성을 높일 계획이다. 여기에 장기요양 사례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등급판정체계를 개편해 수급자 개인별 욕구에 기반한 이용지원 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시설 중심의 요양서비스를 이용자 중심의 재가서비스 체계로 재편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면서도 주간보호서비스 확대, 방문요양서비스 제공방식 개편 및 단기보호서비스 제공기관 다양화 등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포함했다. 가족돌봄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비용지급방식 및 질 개선을 위한 대책마련도 제안했다. 



기관 및 인력 공급체계 재정비를 위해서는 노인요양시설의 전문성과 다양화, 노인요양 공동생활가정 기능 재정립에 더해 표준화된 공공 거점 재가기관 모형 구축 등을 통한 장기요양서비스 제공인력의 전문성 강화 및 처우개선, 장기요양기관 지정갱신제도 도입 및 평가제도 강화도 추진해야한다고 봤다. 



재정문제와 관련해서는 적정보험료 도출모형 개발 및 검증위원회 운영, 국고지원비율 상향조정 및 산정방식 개선, 장기요양보험을 위한 별도기금 운영 등 추가 재원 마련, 기능별ㆍ규모별 수가 차등화 단계적 도입, 가감산 제도 정비, 수가결정주기 및 방법 개선, 급여제공기록 전산화를 통한 청구방식 개편과 부정수급 및 사후관리 강화 등이 검토돼야한다고 제시했다.



서비스 제공자 중심의 제도로 인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 혼재, 치료-관리-지원이 분절적ㆍ개별적으로 이뤄짐에 따른 중복수혜 또는 사각지대 발생문제 개선 등을 위해 의료-요양-복지 서비스 간 개념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통합사례관리체계를 마련해 이용자를 중심으로 한 유기적이고 연속적인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이와 관련 이 연구위원은 “2차 기본계획의 핵심은 체계를 개편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이용자가 등급을 받는 단계부터 지역복지든 장기요양이든 의료서비스든 좋은 서비스를 필요에 따라 어디서도 받을 체계를 구축해 지역사회에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20명의 위원들이 고심한 결과”라고 전했다. 





◇ 실현가능성 따진 ‘최선의 전략’ vs 자기비판ㆍ현실인식 없는 ‘탁상공론’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부분 공감과 동의의 뜻을 전하며 보완을 위한 의견을 더하는 식으로 토론에 나섰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재정안전성 차원에서 건강보험과 연계한 현 장기요양보험의 초기 재정설계가 잘 이뤄졌다”고 평하며 가감산 제도 등 목적에 맞는 재정 및 제도 운영을 위한 평가와 고민을 주문했다. 



김홍수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서비스 비전과 방향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며 서비스 혁신과 서비스 제공기관의 역량 강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동의했다. 다만, 근본적인 장기요양의 개념과 목표, 역할을 비롯해 이용자 중심의 계획 수립과 운영평가를 통한 효율화를 함께 고민해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노용균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는 “재가 중심 서비스 개편과 의료-요양-복지 서비스 연계 등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어 의료인의 입장에서 치매로의 서비스 쏠림으로 인한 일반 만성질환 등에 대한 소홀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과 등급판장에서의 의사소견 반영, 촉탁의 제도 개선 등 구체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을 전한 이도 있었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제도 운영 중 무엇을 반성해야할지가 빠졌다. 더구나 패러다임에 대한 생각도 잘못”이라며 시장활성화 방식이 아닌 이용자의 선택권과 요구가 제대로 보장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요양 욕구가 있는 노인을 정부가 정하면서도 복지와 요양, 의료 서비스로 이어지는 전달체계가 서비스 주체별로 파편화되고 종류도 많은데다 이용자를 책임지고 이끌거나 안내할 주체는 없어 서비스 누락이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국민의 70% 가량이 시설서비스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재가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식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부의 재정적 고민의 결과일 뿐 이용자의 선택권이 충분히 반영되거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어 과감한 구조개혁과 함께 원칙을 정하고 이에 입각한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심지어 장기요양 개편방향을 접한 요양보호시설 관계자 및 요양보호자들은 인력 및 시설, 수가 등 법으로 정하고 있는 기본계획의 세부 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비판을 비롯해 수가 및 교육 등 현장에서의 현실적 어려움을 언급하며 개편 방향성의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실제 양재동에서 방문요양기관을 운영 중이라는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재설계하려는 계획이지만 법에 어긋나는데다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현실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의 의견이나 어려움은 전혀 반영하지 못한 학자들 중심의 계획”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수원에서 요양보호사 교육센터를 운영하는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장의 실태파악이 제대로 안됐다. 현장에서 시간을 빼기도 불가능 한 상황에서 대안도 없이 불필요한 교육을 받으라고만 한다”면서 “기존 인력이 적극 일할 여건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연구를 진행한 이윤경 연구위원은 “장기요양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이상적으로 가야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연구였다”며 “현실, 현장에 발을 딛고 꾼 꿈이다. 연구진은 현실과 이상의 충돌에 괴로워하면서도 체질 개선을 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답했다.



이어 복지부 김혜선 요양보험제도과장도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사이트를 운영했고, 200여건의 의견을 연구진이 내용에 담았다. 하지만 미진한 점이 있다면 기본계획이 확정되기 전까지 의견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방식을 논의해 의견을 듣고 충실히 담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부연해 논쟁을 마무리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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