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뇌경색은 뇌혈관이 갑자기 막혀 혈류 공급이 감소하고 뇌 조직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던 사람에게 발음 장애, 한쪽 팔다리 힘 저하 등과 같은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치료가 늦어지면 심한 후유 장애를 남기기도 한다.
급성 뇌경색 치료는 막힌 뇌혈관을 신속하게 재개통시켜 손상되고 있는 뇌 기능을 최대한 보전하는 것이 목적이다. 골든타임 안에 혈관 내 혈전제거술(허벅지 쪽 혈관으로 관을 삽입해 뇌혈관 속 혈전을 빼내는 시술)을 실시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거나 막힌 혈관의 위치·형태에 따라서는 시술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혈전제거술이 실패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항혈소판제 등 약물을 투여해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것 외에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뇌혈관문합술’이 급성 뇌경색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뇌혈관문합술은 뇌 바깥쪽 혈관과 안쪽 혈관을 이어 뇌혈류량을 증가시키는 수술로, 주로 모야모야병 등 뇌경색 위험이 높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예방 차원에서 실시해왔다. 뇌혈관문합술이 급성 뇌경색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었지만, 효과·안전성이 밝혀지지 않아 일부 상급 병원 외에는 실질적으로 수행되기 어려웠다.
분당서울대병원 방재승·이시운 교수 연구팀은 수술 전후 뇌관류CT 시행 및 장기간 임상 관찰 여부 등을 고려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응급 뇌혈관문합술을 받은 급성 뇌경색 환자 41명을 선별한 후 ▲수술 전 ▲수술 직후 ▲수술 6개월 후 뇌관류CT 영상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응급 뇌혈관문합술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대부분 환자의 뇌관류(뇌혈관류)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혈류 공급이 정상보다 10초, 8초, 6초, 4초 이상 느려진 부위의 부피가 감소했으며, 특히 뇌경색 재발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표인 ‘6초 이상 관류가 지연된 부위의 부피’ 중간 값은 ▲수술 전 78ml에서 ▲수술 직후 23ml ▲수술 6개월 후 5ml까지 더욱 큰 폭으로 작아졌다.
응급 뇌혈관문합술 후 부작용 또한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뇌혈관문합술 실시 전과 마지막 추적 검사(수술 약 11.7개월 후)의 장애 예후 평가지표를 비교한 결과, 좋은 예후를 나타내는 2점 이하 비율이 42.9% 증가해 장기적으로 신경학적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재승 교수는 “기존에는 혈관 내 혈전제거술이 불가능한 급성 뇌경색 환자에겐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보조적인 치료만 가능했다”며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선별된 환자에 한해서는 응급 뇌혈관문합술이 또 한 번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