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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성희롱 문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민영수
  • 2018-03-29
  • 조회수 730

안녕하세요. 요새, 성희롱, 성폭력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네요.

하지만 요양보호사들에게 성희롱은 오래 전 부터 있어 왔던 일이 아닐까요? 상대가 힘없는 노인이다 보니 미투할 수도 없고, 어디에 신고해야 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애매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중앙가사간병교육센터가 지난해 전국 재가서비스기관에서 남성고객을 돌본 경험이 있는 요양보호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34.8%가 성희롱 피해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에 접수된 상담사례를 보면 자신의 몸을 만지게 하거나 방문목욕시 음담패설을 하거나 시각적 희롱을 한답니다. 또 최근에는 어르신 가족에 의한 성희롱까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문지방 넘을 힘만 있으면 성욕이 있다'고 할 정도로 사람은 나이가 들었어도 성욕은 사그라들지 않는가 봅니다. 

일본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80세 이상 남자노인들이 원하는 성적욕구의 종류로 성교가 19%를 차지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피부접촉(48%)이나 정서적 애정(29%)을 원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인이 되더라도 성에 대한 욕구는 여전하지만 젊은 사람과는 다른 방식의 성적 접촉을 희망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성희롱의 배경으로는 자신의 성적 능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으며, 간절하게 인간적인 접촉을 희망하기 때문이기도 하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성희롱으로 보아야 할지, 그냥 친근감의 표시인지 애매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나? 문을 박차고 나와야 하나? 인간적인 마음에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일인지, 선을 정하기 힘든 경우가 많지요.
다음은 조인케어상담실에 문의해온 요양보호사의 사연과 이에 대한 댓글들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생각해 보시죠. 

◆ 저는 40대 후반으로,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요양보호사입니다.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 요양보호사자격증을 땄지만 지난 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본격적으로 재가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하는 가정에는 부부가 사십니다. 여자 어르신이 누워계셔서 식사, 용변 등 생활지원서비스를 합니다. 남자 어르신은 고혈압 약을 드시기는 하지만 다른 이상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집을 다니기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나, 남자어르신이 저를 보는 눈치가 다른 듯 했습니다. 저를 지긋이 보기도 하고, 자꾸 옆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날 거실에서 저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더니 손에 5만원을 쥐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 번만 안아 봐도 되겠냐"고 하십니다. 그래서 무슨 소리냐고 돈을 집어 던지고 그 길로 나와 버렸습니다. 깜짝 놀랐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시 그 집을 갈 수가 없어 다른 핑계를 대고 그만 두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쾌하다는 생각 한편으로는 그 나이에 안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른 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감히 다시 일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초보라 이런 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선배요양보호사들의 지혜를 듣고 싶습니다. 사실 이런 일만 아니라면 저는 요양보호사 일이 저에게 맞는 것 같아 일을 계속 하고 싶거든요.

댓글1: 100세 시대, 건강한 홀몸의 남성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불편한 일들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위의 사례처럼 보호활동을 하지 않은 방법이 있겠지만, 또 다른 요양보호사가 이런 일을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5년차 요양보호사로서 이런 경우를 접하게 되면 어르신 손을 때리면서 다시 그러시면 안 된다고 강하게 말씀드립니다. 일단은 분명하고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2: 저도 비슷한 사례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안 됐길래 하자는 대로 잠시 놔 뒀더니 인터넷에 ‘좋았다’고 올려서 일이 아주 커진 경우입니다. 그래서 연민의 마음도 있겠지만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기요양보장법에 따르면 요양보호사가 경험하는 성희롱에 대한 대처법으로 '단호하게 얘기하거나 반복되면 가족이나 장기요양기관에 얘기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또 건보의 장기요양보험제도내 종사자고충상담창구가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어르신 가족에게 얘기했지만 우리 부모님이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고 기관에서는 고객을 잃을까 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고요. 계속 얘기를 하니 결국 저를 다른 고객으로 배치했습니다. 성폭력상담소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에는 사안이 적당하지 않아, 결국 공적인 도움 받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요양보호사들의 성희롱 고충을 들어주고 원만한 해결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댓글3: 강물을 막아 댐을 만들기도 하지만 물길을 관리하여 홍수를 예방하고 자연스러운 경관을 만들기도 하지요. 어르신 세대와 우리 세대에는 성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도 하고 어르신은 친근감의 표시라고 하는 데 받는 입장에서는 불쾌한 경우가 되기도 하지요. 재가 서비스를 실시하기 전에 해당 가족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요양보호사들에게는 정기적인 교육과 경험교류를 통하여 지혜롭고 안전하게 상황을 처리하는 요령을 갖도록 애써야겠습니다. 물론 그래도 간혹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겠지요. 이때는 주위에서 따뜻하면서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겠지요. 결국 모든 것은 자연스러움을 인정하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갖자는 취지 아닐까요?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한국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복지 연구에 몰두해 온 노인문제 전문가다. 재가요양보호서비스가 주요 관심사다. 저서로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7'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 '노후파산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공저)' 등이 있다. 치매미술전시회(2005년)를 기획하기도 했다. 고령자 연령차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땄다.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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