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제철 음식에 포도가 빠질 수 없다. 최근 집중호우로 포도밭이 무릎 높이까지 잠기고 포도송이에서 터진 열매가 나와 울상을 짓는 농가도 있다. 잔손질이 늘었지만 땀이 흥건한 농부의 얼굴에선 뿌듯한 기운이 감돈다. 제철 포도를 먹으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 포도로 건강 관리한 우리 조상들
우리나라에서 포도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삼국시대에 포도가 도입되었다는 자료가 나오고 있다. 포도에 대한 최초 기록은 박흥생(1375~1458년)의 촬요신서다. 그 후 농가집성(1614), 색경(1676) 등 주요 농서에 빠짐없이 포도가 소개되어 있다. 포도는 맛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혈관 건강 등을 관리한 ‘보약’ 역할을 했다. 1906년 고종황제는 포도가 인기를 끌자 농가 수익 증대를 위해 뚝섬에 과수원을 만들라는 칙령을 내리기도 했다.
◆ 혈관 막는 혈전 억제… 나쁜 콜레스테롤 배출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포도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혈관을 막는 혈전 생성을 억제해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 심장병(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뇌출혈, 뇌경색) 등 혈관질환에도 좋은 과일이다. 기름진 음식에 많은 포화지방과 달리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나쁜 콜레스테롤을 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혈액, 혈관 건강에 포도가 도움이 된다.
◆ 포도의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주목받는 이유
최근 포도의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성분에 주목하는 학자들이 많다. 원래 식물이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물질로 사람 몸에 들어가면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자연스럽게 혈관확장제 기능을 해 심뇌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을 줄여준다. 몸속에서 암세포가 움트는 것을 차단하고 이미 악성으로 진행된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 몸의 손상 줄이는 항산화 효과, 어떤 성분이?
포도의 안토시아닌 성분도 빼놓을 수 없다. 몸의 산화를 줄여 손상과 노화를 늦추는 작용을 한다. 국가암정보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포도에는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체내에서 발암물질 해독에 효과를 내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항산화물질은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제거해 염증이 생겨 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준다. 레스베라트롤 성분도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 포도 껍질, 씨도 먹으라는데… 어떻게?
포도 껍질과 씨도 먹으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실제로 포도의 항산화 효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폴리페놀 성분이 포도 100g 기준으로 씨에 1439mg, 껍질에
239mg이 들어있어 과육(알맹이)의 20mg보다 훨씬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포도 등 농산물의 잔류농약을 관리하고 있어농약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베이킹소다를 섞은 물에 포도를 씻은 후 흐르는 물에 다시 세척하면 껍질째 먹을 수 있다. 포도 알맹이에 하얀 가루처럼 보이는 것은 농약이 아니라 포도의 당분이 새어나와 굳은 것이다. 이 부분이 더 달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신선하다는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