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인 2명 중 1명은 골감소증 환자로 추정된다. 골감소증 환자는 뼈의 밀도와 강도가 약해 골밀도가 정상인 사람보다 골절(뼈가 부러짐) 위험이 높다. 뼈가 부러지는 것을 예방하려면 고위험군을 적극적으로 선별하고, 급여를 확대해 치료율을 높여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골밀도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국내 노인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골감소증 환자 역시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50대만 돼도 1년 내 치명률이 거의 20%에 이를 정도로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다. 골감소증 환자의 골절 발생 위험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정희 교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 윤지은 부연구위원이 이러한 환경을 만드는데 근거가 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골감소증 환자에서의 골절 위험 요인과 약제 치료의 안전성 및 유효성 등을 분석한 것.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청구자료, 국가건강검진자료 등을 이용해 국내 골밀도 및 골절 현황을 파악하고 골절 고위험군을 선별했으며 골감소증 환자에서의 약제 치료 효과를 살폈다.
기존 문헌들을 메타 분석한 결과, 골감소증 환자에게 골다공증 약제 치료를 진행하면 골절 발생 위험이 약제 미사용군 대비 유의하게 낮아졌다. 골다공증 약제를 사용하면 척추와 고관절 골밀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증가한 것.
하지만 서울대병원에서 골밀도 검사를 받은 골감소증 환자 9331명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약제 효과를 확인한 결과에서는 반대로 약제 사용군이 미사용군보다 골절 위험이 높았다. 그 원인에 대해 연구팀은 “실제 임상에서는 골감소증 환자 중 골절 위험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에게 약제를 쓰기 때문에 약제 사용군의 골절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약제 사용군은 미사용군보다 실제로 골밀도가 더 낮았고 과거 골절력 빈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뇌혈관질환, 천식, 골절력, 낙상력, 약제 사용력 등이 있으면 골절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처럼 골절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선별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많지 않다.
이는 보험 급여와 연관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골밀도 T점수를 기준으로 -2.5 이하이거나 골다공증성 골절이 있을 때만 약제 보험 급여가 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골절 고위험군에 해당해도 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다.
골밀도 T점수가 급여 기준처럼 낮지 않아도 골절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 있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약제를 사용 중인 사람 등이다. 가령 당뇨병이 있으면 기립성 저혈압 등이 발생해 낙상 및 골절 위험이 높아진다. 당뇨병 약이 저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낙상·골절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다. 골밀도가 골다공증 수준으로 낮지 않아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골절 고위험군을 잘 선별하는 일이 중요하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골절 위험도 예측 프로그램(FRAX)’을 이용해 골절 고위험군 환자를 선별·치료하고 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도 골밀도 점수에만 의존하지 말고 골절 고위험군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며 “급여 확대 등 정책적 변화 역시 수반돼야 골절을 예방하고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