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일반적으로 암과 기타 만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체질량 지수가 높은, 뚱뚱한 환자들이 생존 우위를 갖는 경우도 있다. 이 현상을 '비만의 역설'이라고 한다.
최근 유럽비뇨기학회(EAU21)에서 발표된 연구에서 '비만의 역설'이 추가됐다. 진행성 전립선암을 앓는 비만 환자들이 과체중이나 정상 체중 환자들보다 오래 생존한다는 것. 3년 동안 1577명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BMI 30 이상의 비만으로 분류된 환자들은 마른 환자들보다 10% 더 높은 생존율을 나타냈다.
이탈리아 산라파엘레대 비뇨기과 니콜라 포사티 박사의 연구팀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만의 역설'을 확인하고자 했다. 연구 참여자들의 평균 나이는 69세, 평균 BMI 28. 연구 결과 BMI가 전체 생존율과 암 특이 생존율에서 보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체구가 큰 환자에게 주어진 높은 용량의 화학요법에서도 보호 효과가 여전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36개월 동안 비만 환자는 약 30%, 과체중 및 정상 체중의 환자는 20%가 생존했다.
포사티 박사는 "전립선암 전이 환자들을 관찰해보니 비만 환자들이 더 오래 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BMI가 환자의 생존을 예측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비만의 역설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전립선암 혹은 다른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 체중 증가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비만은 많은 암과 기타 질병의 위험 요소인만큼 언제나 건강한 BMI( 18~24) 유지해야 한다는 것.
독일 뒤셀도르프대 피터 앨버스 교수는 체중과 전이성 암의 연관성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BMI가 높은 환자들은 치료제의 독성과 부작용에 더 잘 견딜 수 있다. 또한 전립선암의 조직지방에서 발견되는 호르몬의 보호 영향 때문일 수 있다. BMI가 약간 높은 건강한 남성들은 매우 마른 환자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더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등.
이런 설명은 아직 가설에 불과하다. 비뇨기학회에서 비만의 역설에 담긴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전립선암 말기 환자에 대한 치료법 변경을 권고하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