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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00%에 기초연금은 보편주의?

  • 가득찬항아리
  • 2022-10-13
  • 조회수 398

 

노인 100%에 기초연금은 보편주의?

더불어민주당이 기초연금을 두고 윤석열 정부와 맞붙을 조짐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재명·심상정 후보 모두 기초연금 30만원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고, 정부가 ‘현행 70% 노인 40만원’을 국정과제로 확정하면서 대략 기초연금 윤곽이 잡힌 듯했다. 그런데 지난달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모든 노인’ 대상 기초연금 카드를 꺼내면서 전선이 생긴 것이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투표 9일 전에 기초연금 40만원 공약을 내놓아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미 발표한 대선 공약집에 없는 정책이었으나, 상대 후보들이 40만원을 공약집에 명시하자 급박하게 추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모든 노인’ 기초연금도 민주당의 연금정책 기조에서 보면 뜻밖의 제안이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말해온 기초연금 대상 확대는 대략 노인 80% 정도였다. 현재 70%가 일부 어려운 노인을 제외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조금 상향하자는 취지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정기국회 7대 민생우선 과제 중 하나로 ‘100% 노인 지급’을 제안했다. 이재명 당대표의 기본소득 흐름이 반영된 걸로 보이는데, 민주당의 공식 연금정책에서는 입장 변경으로 읽힌다. 

나는 두 가지 이유에서 기초연금의 모든 노인 지급에 비판적이다. 하나는 노인 빈곤의 개선 효과이다. 세계 최고의 노인빈곤율을 개선하려면 어려운 노인을 위한 예산 확충이 급선무이다. 민주당 역시 ‘기초연금 확대법’을 강조하면서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에는 현재의 기초연금은 턱없이 부족하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기초연금 40만원도 빈곤 해결에 부족한 금액인데 추가로 상위 30% 노인까지 기초연금을 지급하자는 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앞으로 기초연금 100%를 고수하려면, ‘노인빈곤 대응’은 말하지 않는 게 이치에 맞다. 

또 하나는 모든 노인에 기초연금을 지급해 노후소득보장의 보편성을 강화한다는 논리이다. 종종 70%는 노인을 고르는 선별복지이고 100%는 보편복지라 말하는데 이는 개별 제도에 한정된 이해이다. 이미 노후소득보장은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의 3층 법정 연금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제는 노후소득보장의 보편주의도 특정 제도를 넘어 다층체계의 망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위 30% 노인은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지만 소득과 자산뿐만 아니라 법정연금에서도 대부분이 하위계층보다 높은 보장성을 얻고 있다. 

복지국가에서 보편주의는 복지 필요를 지닌 모두를 포괄하면서 적정한 급여 수준을 보장하는 원리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현행 다층연금체계는 어느 노인에게든 하나 이상의 연금을 적용하지만 급여수준에서 특히 하위계층 소득보장이 빈약하다는 문제를 가진다. 이처럼 소득과 자산 계층화가 큰 우리나라 현실에서 노후소득보장의 보편성은 전체 제도와 소득을 토대로 이해되어야 한다. 상위 30%에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기초연금을 넘어 전체 소득보장의 망으로 보면 보편주의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보편주의 재인식의 필요성은 연금제도에 한정되지 않는다. 나는 친복지를 자임하는 민주당이 가난한 사람의 복지에 소홀해 왔다고 판단하는데, 그 배경에는 보편주의에 대한 좁은 시야가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약자복지로 홍보할 때 핵심 근거가 빈곤계층 복지의 선정선인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고(5.47%)로 인상했다는 내용이다. 이 수치 역시 최근 물가에서는 실질구매력도 유지하지 못하기에 비판받아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 기간 평균 인상률이 2.8%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뼈아프게 되돌아보아야 한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는 연금개혁안을 제출하면서 ‘최저노후생활보장 100만원’을 설정하였다고 자랑하였는데 그 기준 대상은 국민연금 평균소득 가입자였다. 정부의 노후소득보장 목표 범위에서도 하위계층 노인은 없었다. 또한 기초생활수급 노인이 당하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완화하기 위하여 기초연금 30만원 중 10만원이라도 생계급여에서 덜 삭감하자는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포용복지를 주창하면서도 말이다. 


2010년 무상급식 논란으로 보편복지 논의가 시작되고 이제 10년도 더 지났다. 그동안 복지가 늘었다지만 보편주의 인식은 개별 제도에 머물고 빈곤계층을 위한 복지는 여전히 뒷전이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약자복지를 주창하나 실체 없는 말뿐이고 민주당은 좁은 시야의 보편주의에 자족하니, 어려운 사람을 위한 민생복지는 허공에 있다. 진정 보편주의자라면, 현재의 불평등 상황에서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 옹호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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